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돌봄 대안, 휴머노이드 돌봄 로봇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돌봄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휴머노이드 돌봄 로봇이다. 인간의 형태를 모방해 말하고, 반응하며, 정서적 교감을 시도하는 이 로봇들은 일상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노인들의 외로움이나 불편함을 덜어주는 역할까지 맡는다.
휴머노이드 돌봄 로봇이란?
‘휴머노이드(humanoid)’란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가진 로봇을 뜻하며, ‘돌봄 로봇’은 고령자나 치매 환자 등의 일상 생활을 돕는 기능을 중심으로 개발된 로봇이다. 이 둘이 결합된 휴머노이드 돌봄 로봇은 대화, 표정 모사, 손동작 등에서 인간과 매우 유사한 행동을 하며 감정적 지지까지 시도한다.
윤리적 쟁점과 언캐니 밸리 현상
그러나 인간처럼 행동하는 로봇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히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불편한 계곡)’라는 심리적 현상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다.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처음 제안한 이 개념은, 인간과 비슷해질수록 로봇에 대한 호감이 증가한다. 다만, 지나치게 비슷할 경우 불쾌감과 소름을 유발한다는 이론이다. 인간과 ‘닮았지만 다른’ 존재가 오히려 본능적 거부감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폐증 환자나 치매 환자나 인지 저하를 겪고 있는 노인들에게 특히 심각할 수 있다. 진짜 사람처럼 행동하는 로봇이 실제 감정을 느끼는 존재로 오인되기 쉬운 탓이다.
‘로봇이 친구일 수 있는가?’ 철학자들의 경고
미국 소노마 주립대학의 철학자 존 설린스(John Sullins) 교수는 “로봇은 진짜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저서 Great Philosophical Objections to Artificial Intelligence에서 로봇이 아무리 인간처럼 설계되어도, 그것이 인간의 도덕적 책임이나 감정적 피드백을 진짜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가짜 친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그는 “로봇은 아이콘적이거나 만화처럼 보여야 하며, 누구나 그것이 인조물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같은 의견은 미네소타 대학교의 철학자 Alexis Elder 교수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그녀는 휴머노이드 돌봄 로봇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취약한 계층에게 심리적 혼란과 존엄성 침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휴머노이드로봇브리핑바로가기 -etf에 관한 설명이지만 읽어볼만합니다.
세계와 대한민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현황
- 일본: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Pepper)’는 감정을 읽고 대화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이미 수천 개의 요양 시설에 도입됐다.
- 대한민국: 2024년 기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돌봄로봇 실증사업’을 통해 약 300여 대의 돌봄 로봇이 전국 요양원에 보급되었고, 2025년까지 1,000대 이상 확대될 예정이다.
- 유럽연합: ‘Horizon 2020’ 프로그램을 통해 정서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논의되고 있다.기술과 윤리의 균형이 필요하다
휴머노이드 돌봄 로봇은 기술의 진보로서 많은 가능성을 지닌 도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이 인간과 유사해질수록 언캐니 밸리 현상은 심화되고, 윤리적 고민은 깊어진다. 기술이 삶을 돕는 도구로 존재하려면,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감정을 왜곡하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돌봄의 미래가 인간을 닮은 로봇에 맡겨져도 괜찮은가? 해답은 우리 사회가 어떤 윤리적 기준을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